결핵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WHO 중점 관리 3대 감염병 중 하나로 전 세계 보균자는 약 2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은 수년 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이 높은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의 영향이 크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은 돼 있지만, 실제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타인에게 결핵을 옮기지는
않지만, 면역력 등이 떨어지면 언제든 발병 되어 주위에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핵균은 주로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전염성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폐 속에 들어가 증식함으로써 감염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렇게 결핵에 감염되었다 해도 모두 결핵환자는 아니며, 90%의 감염자는 잠복결핵에 해당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집단감염을 우려했던 부산 한 산후조리원에서 추가감염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생아 73명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잠복결핵의 위험성은 평소에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통계상 잠복결핵 감염자에서 환자가 되는 비율은 약 10% 정도로, 그 중 50%는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평생 중 언제든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복결핵을 발견하고 이를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복결핵은 일반적인 결핵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를 통해서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체내에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 이하 IGRA)’가 널리 사용된다.
먼저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는 수십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잠복결핵검사로, 투베르쿨린 용액을 팔의
안쪽 피부에 주사 후 48~72시간 후에 주사부위가 단단해지는 정도를 측정하여 진단한다. 때문에 수검 절차가
다소 번거로우며, BCG 예방접종이나 비결핵성항상균 감염으로 인해 실제 음성이나 위양성으로 나올 수 있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반면 IGRA는 혈액검사로, 한번의 채혈로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재방문할 필요가 없어
환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높다. 이 검사는 수검자의 혈액 속 T 림프구라는 면역세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키면 인터페론감마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를 측정해서 수검자가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알아내는 원리를 활용한 검사다. 체외검사이기 때문에 약물 주입으로 인한 이상반응에 대한 위험성이 없고,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결과의 정확도가 높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효과적으로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IGRA 검사법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IGRA에 대한 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재 신장 투석환자나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환자 등 결핵 발병 고위험군에 해당될 경우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가 적용돼 환자 본인부담금 10%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권애린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GC녹십자의료재단은 현재 IGRA 방식의 ‘퀀티페론-TB 골드
플러스’ 검사를 전국의 수십 개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주요 국제기구에서
채택하는 등 안전성과 정확도가 확인된 검사인 만큼, 당뇨 등 결핵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이 검사를 통한 선제적
예방 조치가 권장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