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라는 말이 익숙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진단과 확진자 격리뿐이었기에 다양한 증상으로 진행되는 환자군을 가려내는 ‘진단검사’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무방비 상황에서 최고의 방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단검사 실력 덕에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K방역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은희(59) GC녹십자의료재단 이사장은 30년 넘게 진단검사 외길 인생을 걸었다. 스승의 권유로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했는데 워낙 생소한 탓에 직업을 소개할 때마다 “그게 무슨 과냐”, “그런 과도 있느냐”라는 질문을 되받기 일쑤였다.
이 이사장은 진단검사가 낯설던 그 시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익숙해진 오늘날까지 30년 진단검사 외길 인생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사명감’이라고 말한다.
1986년 의대를 졸업한 이 이사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종양 면역학 분야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1990년
GC녹십자의료재단 부원장으로 입사하며 재단과 연을 맺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198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진단검사 전문의료기관으로, 일반검사부터 분자유전검사·특수생화학 검사 등 특수검사에 이르기까지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4,000여 항목의 검사를 수행하고, 연간 3,900만 건의 검사를 전국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GC녹십자의료재단 원장을 맡아 수탁검사 전문의료기관인 GC Labs를 이끌며 임상검사를 위한
신기술 개발, 차별화된 특수검사 개발 등으로 재단을 글로벌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으로 만드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해 10월부터는 신임 이사장 자리에 올라 건강검진기관인 GC녹십자아이메드까지 맡으며 재단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 이사장이 처음 진단검사의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진행 가능한 특수검사가 제한적인 탓에 해외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진단검사 노하우가 쌓이면서 다양한 특수검사를 국내에서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결과의 품질과 함께 정확성 또한 높아졌다.
이 이사장은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진단검사의학 영역은 괄목상대한 발전이 있었다. 먼저 국내에서 가능한
특수검사가 많아져 해외로 보내는 검사가 상대적으로 적어졌고,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의
노력으로 진단검사 결과의 품질이 매우 향상됐다”라며 “질병 진단의 70% 이상이 진단검사 결과에 의존하고 있어서
결과의 품질이 발전된 만큼 진단의 정확성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GC녹십자의료재단의 검사를 활용하는 병·의원들이 많아진 점을 인상 깊은 변화로 꼽았다.
이 이사장은 “30년 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병·의원들이 자체 진단검사를 진행하기보다 GC녹십자의료재단에 검사를
위탁하고 있다”라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산간벽지의 병원에서도 GC녹십자의료재단의 글로벌 수준의 정확한 검사
결과를 빠르게 받아 볼 수 있게 된 점이 감격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진단검사의학의 변화 가운데엔 K-방역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이사장은 진단검사가 K-방역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실력 있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그간 쌓아온 실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진단검사 부문은
그간 쌓아온 실력이 힘을 발휘해 국민에게 그 실력을 보여줬다”라며 “다른 나라와 달리 두드러졌던 것은 신속성이다.
다른 나라는 검사결과를 빠르면 3일, 보통 일주일은 있어야 받아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른 시일 내에 세팅하고
폭주하는 검사를 6시간 이내에 정확하게 산출해낸다. 그 뒤에는 수많은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있었다. 세계적
수준의 진단검사 실력을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방역을 이끈 주역에 GC녹십자의료재단도 있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진단시장의 25%는 GC녹십자의료재단이
맡고 있다. 이 이사장은 “다시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3차 유행이 시작되고, 검사 건수도 하루 5,000건 이상
폭주하고 있음에도 GC녹십자의료재단은 검사결과를 산출해 내는 시스템이 정립되면서 더욱 정확한 결과를 내고
있다”라며 “특히 GC녹십자의료재단은 결과 판독할 때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결과의 정확성을 보증하기 위해 양성인
경우는 두 번, 세 번씩 재검사를 하는 등의 노력으로 정확한 검사결과를 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진단검사 실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랐지만, 더욱 폭넓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GC녹십자
의료재단은 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진단검사의학의 발전과 재단이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진료에 적용해 더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GC녹십자의료재단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와 병리 전문의 및 임상병리사들은 각종 학술대회에 참석해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진단검사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기업 뷰노와 함께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위암 병리 솔루션 ‘뷰노메드
패스GC AI’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실제 임상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세계적 암 연구 학술지
‘임상 암 연구’에 관련 연구를 게재하기도 했다. 나아가 GC녹십자의료재단은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인 두에이아이
(Do AI)와 함께 염색체를 빠르고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내장된 클라우드 기반의 ‘염색체 정렬 및 판독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검사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이사장은 “혁신과 개선 활동은 일회성이 아닌, 30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의
개선 활동인 ‘카이젠 활동’을 벤치마킹해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많은 부분을
개선해 왔다”라며 “진단검사의학은 앞으로 인공지능을 적용한 효율적인 검사판독, 새로운 바이오마커에 대한 검사,
치료제 선택과 연결된 동반 검사 등 무궁무진한 발전성이 있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